Lucid Fall
⟪또 다른 곳 Elsewhere⟫
Released on the 7th Nov. 2025
03/09/2026
8/1-8/31 (물고기 마음, 해적방송) https://mulgogi.net/archives/28222
03/08/2026
7/1-7/31 (물고기 마음, 해적방송) https://mulgogi.net/archives/28189
30/06/2026
6/1-6/30 (물고기 마음, 해적방송) https://mulgogi.net/archives/28135
30/06/2026
6월, 녹음 여행.
01/06/2026
5/1-5/31 (물고기 마음, 해적방송) https://mulgogi.net/archives/28082
14/05/2026
유난히 꽃이 많이 온 귤나무가 한 그루 있다. 나무를 보자마자 나는 이 나무는 어쩌면 죽을지 모른다고 예감했다. 이렇게 필사적으로 꽃을 틔우다 죽어간 나무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수천 송이는 피었을까. 유엽화를 따주면 나무가 에너지를 아낀다지만 지금 그걸 따질 겨를이 없다. 손가락으로 작년 순을 훑으며 맺힌 꽃몽우리를 따주는데, 순식간에 손이 까매졌다. 마치 손가락 마디마디로 꽃의 눈물이 물든 것처럼. 그 눈물은, 죽음을 닮은 검은빛이었다.
하얀 갤러리 벽 앞에 걸음을 멈추고 한참 그림을 바라보았다. 매끈한 올리브색 아크릴 바탕에 검은 얼룩이 툭툭 찍혀 있었고, 나는 그림을 보며 생각했다. 이 얼룩들은 나의 나무가 틔운 꽃을 닮았구나.
차마 피지 못한 꽃몽우리가 딱 이런 모양이지. 얼룩 아래로 검은 눈물이 흘러 있다. 나는 주먹을 쥐었다가, 손가락 끝을 다시 매만져 본다. 끈적한 꽃의 눈물이 아직도 손에 남아 있다.
175명의 소녀들이 몸을 뉘인 저 캔버스 위, 유독 길게 그어진 저 자리는 누구의 것일까. 아이들의 가방이 잠든 곳일까. 함께 놀던 강아지의 영혼이 쉬고 있을까. 그러나, 그 어디에도 같은 얼룩은 보이지 않는다. 같은 눈물 자국도 없다. 세상 어디에도 같은 영혼을 가진 아이는 없는 거니까.
그림 아래로 그어진 노란 선은 강물 같다. 우리와 소녀들 사이로 흐르는 이 강줄기는, 이제 서로 만날 수 없다고 말하며 흘러간다. 그런데 강줄기 끝에 간신히 닿은 눈물 자국이 보인다. 정말 혹시라도, 눈물이 이 강을 건너게 해주지는 않을까.
어떤 철학자는 ‘삶은 그 스스로보다 더 존속한다’고 말했다. 초월론적 사유를 담은 말이라지만, 오늘만큼은 내 맘대로 해석하고 싶다. 그리고 항변하고 싶어졌다. 우리의 삶은, 누군가 강제한 죽음이 함부러 끝낼 수 없으며, 반드시 그 너머로 존속할 거라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 앞에서 걸음을 멈추면 좋겠다. 화가는 그림으로, 음악인은 음악으로, 사람들의 걸음을 멈추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정말 믿게 된다.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걸음을 멈추어 줄 때, 그의 삶은 죽음을 건너 반드시 더 오래 이어질 거라고.
윤동천 ⟨슬픈 추상-이란 초등학생들의 장례준비 Sad Abstraction-Iranian Schoolchildren’s Funeral Preparations⟩
#윤동천 #대비
#스페이스소포라
04/05/2026
한 달 전쯤 제주에 온 친구에게서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실은 아내에게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책인데 내가 그만 먼저 책을 펼쳐 버렸다. 그 뒤로 몇 번이나 이 책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아직도 읽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읽는다’는 게 ‘바라보’는 거라면, 나는 이제 이 책을 ‘읽지’ 않는다. 손에 잡히는 대로 페이지를 펼치고 밑줄 그은 글자 너머를 ‘바라보다’가 다시 책을 덮는다. 그러다 또 책을 펼치고, 바라보다, 덮는다.
스물여섯 개 챕터에 실린 사연들은 모두가 슬픔으로 깎아낸 조각 같다. 그 빛이 한결같이 고와서 마주할수록 마음의 눈이 부시다. 그럴 때면 강아지 귀처럼 책장을 접어 두는데 지금 보니 접히지 않은 책장이 거의 없다.
한때 나는 ‘슬픈 것들은 왜 아름다울까’를 자주 생각했다. 조금 더 크고 나서는 ‘아름다운 건 왜 이토록 슬플까’를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슬픔은 아름다운 걸까. 커 버린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을 말하기에 나의 슬픔은 언제나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사랑이 없다면 슬픔도 없다는 걸.
그리고 우리는 슬픔에 맞서 살아야 하고, 누군가 슬픔을 태워 낸 불빛이 때론 누군가에게 슬픔에 저항하는 힘이 된다는 걸. 그 힘을 아름다움이라 부른다면, 슬픔도 아름다울 수 있을지 모른다. 저자는 말했다. 옛 일본 사람들은 ‘슬프다’는 형용사를 ‘아름답다’는 한자로도 썼다고.
“기요코는 손도 발도 뒤틀리기 시작했고 손발이 밧줄처럼 꼬여 자신의 몸을 묶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어요. 아마 그게 그 아이가 세상을 떠난 해였는데, 벚꽃 잎이 흩날릴 무렵이었습니다. (…)
깜짝 놀라 아이한테 뛰어갔더니 움직이기도 힘든 손가락으로 벚꽃 잎을 주우려고 하는 거에요.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땅바닥을 짓이기는 바람에 팔꿈치에서는 피가 나고 그랬어요. ‘엄마, 꽃’ 하면서 꽃잎을 가리키더군요. (…)
엄마를 단 한 번도 원망한 적 없는 다 큰 딸아이는 그저 벚꽃 이파리 하나 줍는 게 소원이었습니다.”
- 와카마쓰 에이스케, ⟪슬픔을 겪어야만 열리는 문이 있다⟫ 중에서
#와카마쓰에이스케 #슬픔을겪어야만열리는문이있다
#若松英輔 #悲しみの秘義
03/05/2026
4/1-4/30 (물고기 마음, 해적방송) https://mulgogi.net/archives/28023
27/04/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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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토요일, 대구에서 만나요!
with
08/04/2026
홈페이지가 복구되었습니다. 3/1-10/31 (물고기 마음, 해적방송) https://mulgogi.net/archives/27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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